자신의 원고 교정하기 공작소


한글2002로 글을 쓴 뒤(한글 2002의 뒷 버전은 마음에 안 든다.) 맞춤법 검사를 돌려보면 이건 그저 참고 기능뿐이라는 사실에 약간 짜증이 나곤한다. 일부러 설정을 해주지 않는 한은 글속의 고유명사나 일부러 들리게 쓴 맞춤법, 사투리를 집어내는데 이에 대해 체크를 하며 지나갈때마다 마치 내 프로그램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융통성이 없어 '이건 맞춤법 검사를 하지 마라'고 지정한걸 풀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곧이 곧대로 믿어버린다. 따라서 이 기능을 이용하는 건 교정의 투박한 첫단계일 뿐이다.

두번째 단계는 모니터를 응시한채 조금식 스크롤을 해가며 교정하는 단계다. 보통 이 단계를 꼼꼼히 하면 모든 교정이 완료됐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고 나 역시 그렇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상 세번째 단계를 해보면 교정을 하기 위해 펜을 찾게 되고 만다. 그것은 출력후 자신의 글을 읽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신기하게도 모니터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오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맞춤법 검사기를 빠져나간 오타도 눈에 띈다.

편의상 3단계라고 하긴 했지만 교정에는 끝이 없다. 맞춤법 검사를 100% 통과했다고 해도 자신의 글을 교정하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바꾸고 싶은 단어와 문장이 생겨나고 문장 하나를 완전히 덜어내는 경우도 있다. 조각은 자꾸 깎아내면 부피가 줄어들지만 글은 줄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열심히 닦은 놋쇠그릇처럼 빛이 나기 시작한다. 어느 선에서 교정을 놓느냐는 작가 마음이지만 가면 갈수록 느끼는 건 교정은 보면 볼수록 좋다는 점이었다.

교정을 볼 수가 없게 된 작품은 그래서 보기 꺼려진다. 바꾸고 싶은 문장에는 손이 간지럽고 후회가 된다. 이렇게 바꿀걸 저렇게 바꿀걸...... 대놓고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손을 댈 것이다.

언젠가 10년전의 단편습작을 꺼내어 본적이 있었다. 그것을 보는 것과 동시에 난 냉철한 비평가가 되고 말았다. 결론은 '다시 써!'였고 끝까지 보기조차 괴로웠다. 그 당시 교정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라면 훗날의 괴로움이 덜해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자신의 괴로움을 덜기위해 교정을 보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못먹을 요리를 남에게 대접할 수 없듯이 그것을 읽을 사람을 생각하며 교정을 하는 것이다.

남이 보는 교정은 맞춤법 검사 이상이 될 수 없고 그 선을 넘어서도 안 된다. 교정이야 말로 글쓰기의 최종전략이다.

덧글

  • 은혈의륜 2008/03/18 08:00 #

    교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종이에 써진글을 펜들고 하는게 최곱니다 'ㅅ'/ 그거 한번만 하면 딱히 컴퓨터 과정을 안거쳐도 되지요
  • 날거북이 2008/03/18 08:30 #

    은혈의륜 님 / 맞아요. 교정은 손맛이 최고인데 가끔 안이해집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