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이 자살했다고?! 임진왜란이야기+역사이야기

-왕실의 떨잠, 국립 고궁박물관 소장

먼저 이것부터 확실히 하자. 누군가 처벌로서 자살을 강요해 그 사람이 자살했다면 그것은 자살인가 자살이 아닌가?

당연히 자살이 아니다.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거나 권위를 이용한 징벌일 뿐이다.

당당하게 다음 메인까지 올라간 이 글을 올린 블로거는
숙종이 장희빈에게 자진(自盡)하라는 교지를 내린 것을 팩트로 삼아 내용을 전개시켜 나가고 있다. 게다가 아래의 조선왕조실록 기사는 자신의 주장에 못을 박는 확실한 증거로 보고 있다.

숙종실록 숙종 27년 10월 10일

"임금이 하교하기를, "장씨(張氏) 가 이미 자진(自盡)하였으니, 해조(該曹)로 하여금 상장(喪葬)의 제수(祭需)를 참작하여 거행하도록 하라.”

그래서 장희빈이 자살한게 틀림 없다는 말을 한다. 뭐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장희빈이 자살한게 틀림없다고 오해하게 한것은 이 블로거의 잘못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차마 자세히 말하기 꺼름직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전하긴 전하되 간략하게 기술하는 방식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헷갈리기 쉽다.

조선왕조실록 기사를 훑어보면 장희빈을 구명하려는 신하들의 움직임이 있었고 숙종이 이를 거부하며 장희빈을 자진시키는 방식에 대해 신하들과 토론을 벌인다. 숙종은 사약이 가장 무난하다고 여기고 있고 신하들은 목을 메어 죽는 전례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세자를 낳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에 대해 서문중이 자살이 아닌 일반적인 형벌과 다름없다고 말하나 숙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사실상 사약을 내릴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장희빈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왕조실록은 기록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저 왕의 하명을 통해 장희빈이 죽었음을  기술할 뿐이다. 숙종이 형벌이 아닌 자진이라고 했으니 그대로 기록한 것 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장희빈의 죽음에 대한 묘사는 인현왕후전과 야사를 주로 다룬 연려실기술에 연출가와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것이다. 그 기록들이 정사는 아니나 당시 주위의 궁녀와 나인들에 의해 기술된 것이기에 결코 허투루 볼수는 없다.

조선왕조실록은 그저 숙종이 장희빈에게 자진하라고 교지를 내리고 그 방식이 사약이었다는 사실을 숙종과 신하의 문답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어 보일 뿐이다. 

따라서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과정에서 정말 어떤 헤프닝이 있었는지는 정사만 본다면 여전히 미스테리일 뿐이며 그렇기에 2차 사료를 참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덧글

  • Hyunster 2008/09/03 20:58 #

    저도 장희빈은 교지가 내려와 자진토록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걸 또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이미 자살했다고도 읽히긴 하는군요-_-;
  • 날거북이 2008/09/03 21:11 #

    가끔 정말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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