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식객 마지막회- 조금은 아쉬운 음식에 대한 철학 잡설


어쨌거나 우리 맛이 최고다!

이것은 드라마 식객의 마지막 구호이자 외침이었다. 바로 운암정팀과 일본 요리팀과의 맛대결이 절정을 이루면서 이를  외치고 있는 셈이었다.

사실 원작 만화 식객에서는 '요리대결' 이라는 구성을 가끔 가져다 쓰면서도 자운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를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음식은 즐겁고 배부르게 먹으면 그만이 아닌가 하는 지극히 당연한 의식의 발로이면서도 극적 재미를 주는 '요리대결'이라는 주제를 버리지 못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아예 까놓고 요리대결을 표방하는 일본만화와는 차별성이 돋보이는 구도라고나 할까.

요리대결이라는건 요리 솜씨 그 자체에 대한 평가와 이를 뒷받침할 좋은 식재료를 알아보는 안목을 과시하는 것으로 구성될 수 밖에 없다. 만화 식객은 대결보다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소개함으로서 음식에 대한 소개를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걸 극적인 요소로 옮기자면 너무나 밋밋하다. 음식 다큐를 만들자고 한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원작의 분위기를 의식했기에 드라마 식객은 주인공 성찬이 중심이 된 운암정이 일본팀에 승리하는 것으로 끝맺지 않고 일본팀의 수장인 마츠모토를 맛으로 감동시키는 장면을 넣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보다 맛대결 과정에서 드러난 음식에 대한 철학에 대해 아쉬움을 언급하고 싶다.

'한국식 맛을 일본식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드라마 식객에서는 일본팀과의 맛대결 과정에서 은근히 음식에 대한 민족주의적 시각을 강조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오봉주가 부르짖는 한식의 세계화라는 측면과는 뭔가 살짝 안 맞는 부분이기도 하다. 뭐, 극적 재미를 위한 구성이긴 하다.

하지만 만약 중국인들이 짜장면의 원조는 작장면이라며 한국은 중국의 것을 한국식이라고 우긴다고 하면 이해하겠는가. 이런 주장 자체가 말도 안되는 행위다. 그와 같은 원리는 일본에서 만든 일본식 한식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만약 일본식 한식이 더 유행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굳이 민족자존심 문제로 귀결시켜야 하나? 김치냐 기무치냐 하는 용어상의 문제는 자존심 문제도 문제지만 브랜드의 가치라는 경제적인 논리가 있기 때문에 민족적 자존심 싸움이 개입된다고 해도 납득이 갈 수 있다. 그러나 지역적 특색을 떠난 퓨전음식에 너무 민족적 의식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 민족적 자존심을 따진다면 한식에다가 에피타이저-주요리-디저트로 이어지는 서양식 테이블 방식을 적용시키는 것부터 말이 안 되지 않나?!

게다가 한식의 세계화를 말하자면 일본도 별종은 아니다. 일본내에 수많은 한국식 식당이 있지만 그게 한국식 맛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최소 수백년간 맞춰온 음식을 타지인들에게 팔면서 이를 고집한다면 그들의 입맛에 꼭 맞을 수가 없다. 드라마 식객은 오봉주를 통해 이를 인지시키면서도 맛대결 장면에서는 한식에 일본식이 들어간다고 정색을 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맛에 과연 국경이 있는가? 경제적 브랜드 문제라면 슬쩍 민족주의적 관점을 풀어 이러한 경계에 대한 논란도 해봄직하지만 요리와 맛이라는 의미에서만 보면 별 의미가 없는 논란일 뿐이다.

덧글

  • hotdol 2008/09/10 00:34 #

    자운선생이 옳지요. 사람의 오감에 의해 느끼는 것들을 어찌 점수로 매길 수가 있겠습니까.
    자고로 음식은 맛좋고 배부르게 잘 먹었으면 장땡이지요!!
  • 날거북이 2008/09/10 08:49 #

    옳은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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