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리뷰]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책책책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28p에 실려있는 겸제 정선의 그림 '독서여가(讀書餘暇)'

더구나 우리 나라 서책은 종이가 질겨 오랫동안 두고 볼 수 있으며 글자가 커서 늘 보기에도 편리한데 하필 종이도 얇고 글씨도 자잘한 당판(중국책)을 멀리서 구하려 하는 것인가. 그런데 이것을 꼭 찾는 이유는 누워서 보기에 편리해서인 것이다. 이른바 누워서 본다는 것이 어찌 성인의 말씀을 존숭하는 도리이겠는가.

조선시대 정조의 문체반정과 관련되어 정조가 한 말중 한 대목이다. 문체반정에 대한 역사비판적 의미는 일단 접어 두고, 책을 접하는 태도에 대해 정조는 상당히 고답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걸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이권우 지음. 그린비)에서는 이를 연상시키는 대목이 눈에 눈에 띄인다. '마치 칼이  등 뒤에 있는 것 같은 자세로 읽어라!' 주자어류 - 독서법 역주와 해설에 나오는 구절이란다. 저자가 이 대목을 접하며 정신이 번쩍 들 정도라고 하며 이 제목으로 한 대목을 할애했으니 상당히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그 만큼 이 책은 독서에 대해서 고지식한 태도를 자주 취하곤 한다.

그런만큼 이 책은 결코 쉬운 독서법을 말해주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부르짖었지만 독서를 위한 지침서로 볼 수도 없다. 독서를 위한 지침서로 본다면 이 책을 비판적 소지로 볼 여지는 많다. 독서론에 대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투박한 비유가 많고(39p 우격다짐 독서론)고전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결국 '제발 고전을 읽어보라.'는 하소연으로 끝내는가 하면 시중에 범람하는 삼국지에 대해 비판을 하려는 듯 하다가 용두사미로 끝내기도 한다. 이것이 그리 큰 단점은 아니나 독서지침서로 알고 이 책을 집어들려면 한번쯤은 생각해 보라는 얘기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독서의 왕도를 가리키는 독서지침서 따위는 세상에 없다.

그렇다면 독서론적인 측면에서는 어떤가. 저자의 주관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 많지만 독서론이기 보다는 현재의 독서세태에 대한 한탄이 자주 보이고는 한다. 결국 이 책은 교육을 위한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접할때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서적이나 그런 독서 방법을 은근히 혐오하고 있음을 내비추고 있다. 어찌보면 좀 고지식하기도 한 전통적인 방식의 독서론을 주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공감이 가는 것은 '깊이읽기'와 '겹쳐읽기'이다. 이 방법은 개인적으로 자주 선호하는 방식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마 어느정도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방법은 자연적으로 깨우치게 되겠지만 이를 지적하여 써놓았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이 책이 교육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좋지만 저자의 독서론을 난 100%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사실 이 책은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을 위한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책 안 읽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한단 말인가? 결국 이 책의 마지막은 책읽는 습관을 등한시 하는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질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식 독서론의 당연한 마무리지만 한편으로는 끝나지 않은 숙제를 이 책은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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