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의 난'에 왜 임상옥이 안 나오냐? 실체를 추적하라

질문 : 당신의 졸고 '홍경래의 난'에는 '상도'의 거상 임상옥이 왜 안나오냐?      
 
이 얘기를 예전에 어디선가 한적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나오는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는 임상옥을 포섭하기 위해 홍경래가 서기로 위장취업(?)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것도 그냥 흘러가는 장면이 아니고 꽤 비중있게 그러지며 임상옥으로서는 멸문지화를 당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중 하나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 사전포석으로 임상옥과 우군칙과의 관계가 먼저 얘기되고 있지요. 예전에 방영되었던 TV드라마 '상도'에서는 한술 더 뜨는 장면도 나왔습니다만 그건 생략하기로 하죠.

심지어 엠파스 지식인에도 이런 질문이 오고 간 적이 있습니다.

[문]전 상도 원작은 안봐서 모르겠는데요 이것이 드라마나 혹 원작에서 흥미를 위해 각색한것인지 아니면 역사적 근거가 있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그쪽 지식이 있는 분들이 좀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질문자가 채택한 답변] 맞아요
홍경래가 임상옥의 서기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상도에서 보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전 상도 안봐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네요 -_-)홍경래가 난을 일으키기 전 자금조달을 위해 임상옥을 포섭하려고 했으나 임상옥은 홍경래가 큰 일을 치룰 인물이란 걸 알고 좋게 말해서 돌려보내죠. 그래서 홍경래는 또다른 평치 출신의 거부, 이희저를 포섭해서 난을 일으킵니다.

-0-;;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아직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 임상옥과 홍경래는 비슷한 시대의 인물들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나오지 않는다고, 또는 만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 할 수 있냐구요?

먼저 임상옥이 대상인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는 1821년 변무사로 갔을 때입니다. 이 때 유명한 '인삼 불태우기'로 청나라 상인들을 휘어잡은 일화는 '상도'에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요. 상도에서는 이후 거상이 된 임상옥과 홍경래와의 만남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홍경래의 난은 1811년에 종결됩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먼저 임상옥이 1821년에 변무사 일행으로 간게 아니라 그 이전에 갔을 가능성입니다. 변무사는 진주사라고도 하는데 청나라와의 외교적 오해를 풀기위해 보내는 사신을 뜻합니다. 매년 보내는 동지사와는 틀리죠.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면 1821년에 분명히 변무사를 보낸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영조때에나 언급이 있군요. 너무나 시대적 격차가 큽니다.

게다가 홍경래의 난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은 그 이름을 모두 기록해 실록에 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임상옥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장인인 홍득주의 경우에는 '의주(義州)의 유학(幼學) 홍득주(洪得周)가 곡식 1천 2백 18석과 돈 5천 2백 냥을 내어 가장 많았다.'라고 적혀 있네요. 이런 내용은 난을 평정한 공을 기록한 별단에 말단 군졸이 세운 공까지 세세히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상도'에서는 임상옥이 의병을 조직하는 것을 도와주고 관군의 군량미까지 공급해준 것으로까지 얘기되고 있는데 그의 이름이 빠진다는게 말이 될까요?.

임상옥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최인호 작가도 얘기했듯이 하나뿐입니다. 그것도 홍경래의 난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비변사에서 수재의연금으로 곽산군수가 된 임상옥의 직위를 취소할것을 요청하는 대목입니다.(헌종1년 6월)

그런데도 '상도'에서는 1821년의 임상옥의 청나라 변무사 동행 이후로 홍경래를 만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왜 최인호 작가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접목시켰을까요? 그냥 소설적인 재미로 그랬겠지요. '임상옥이랑 홍경래랑 마주치게 하면 재미있겠다.' 이게 다입니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제가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잘못된 건 확실합니다.

따라서 제가 '홍경래의 난'에 임상옥을 넣는다면 그건 최인호 작가의 잘못을 답습하는 것이고 완전 창작부분을 따라했으니 '부분 표절'도 될수 있겠지요.

역사소설이 모든것을 고증할 수는 없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얘기나 세부사항들은 허구로 꾸며지는 것이 많죠. 하지만 '역사적 사실'이라는 큰 틀은 정확히 이야기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구가 진실을 밀어내는 걸 보면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