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나라의 부끄러운 판결 - 이길준 의경 이러쿵저러쿵

이길준 의경

난 이 사람이 진짜 무슨 마음으로 촛불시위 진압명령을 거부했는지 잘 모른다. 어쨌건 분명한 사실은 이길준 의경이 양심을 내세워 시위진압명령을 거부했고 법원은 이렇게 판결하며 1년6개월형을 선고했다는 점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시위진압 명령 거부가 양심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나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은 따로 하더라도 법률에 따른 경찰의 기본 임무를 따르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라 볼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난 이를 대부분의 경우 종교적 병역거부로 고쳐 부르지만)와는 다르게 이길준 의경은 일단 병역의무를 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안에 일어난 명령을 거부했고 이에 대해 징역형을 받은 셈이다. 의경이 아닌 군인도 명령불복종죄가 있지 않은가.

와! 그러고 보면 국방의 의무라고 하는 건 내 몸뚱이를 나라에 임대하는 형국이다. 내가 아무리 싫어도 해야되고 내 양심이 가책이 느껴져도 해야 한다. 이런 비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전쟁같은 국가적 위난을 당한 마당에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 양심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총을 놓아 버린다면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겁쟁이의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크다.

그러나 정권의 안위를 위해 동원된 의경이 양심의 자유를 선언하며 시위진압명령을 거부한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만약 그 의경이 겁을 먹고 한 양심의 자유 선언이라도 그 의미는 전혀 퇴색되지 않는다. 상대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고 동원된 의경은 정권의 방패막이일 뿐이었다. 국방의 의무는 형식만 그렇지 절대 정부에서 부여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부가된 의무이며 그래서 국방의 의무는 불편하면서도 신성시 되는 것이다. 누가 함부로 국민의 권익 보호 의무를 정권 수호내지 탈취 의무로 바꾸는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전두환이 그랬고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그러고 있다.

이 정부는 미네르바 같은 논객의 경제논평도 입을 막으려 막으려 들고, 국회의원의 행동에 대한 일본 네티즌의 논평조차도 '잘못된 사실을 들어 논평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고소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기소하려 든다. 일반 국민이 이럴진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이의 항변이 받아들여진다는 건 저 먼 세상의 얘기와도 같다.

물론 이런일에 대해 경직된 잣대를 들어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도 나름대로 고충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사한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빌미를 주는 것이기에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니까. 이래저래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결국 현 정부에게로 이어진다.

이명박 정부여, 너희가 사막 모래속 물기만큼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길준 의경에게 선처를 호소해 주어야 한다. 너희들의 권익을 너희들의 이익을 영문도 모르고 온몸으로 지켜내던 젊은이중 하나가 거부한 명령이 무엇이었는지를 곰곰이 되씹어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와중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결코 그럴리는 없다는 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따져대느니 욕을 한마디 해주는 것이다. 아아 좆같은 세상 개좆같은 이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