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에 대한 잡담 책책책


국방부에서 불온서적 선정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한다.

단연컨데 불온서적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별로 거창한 이유는 대지 못할게 확실하다. 아마도 북한찬양이니 반정부 반미니 하는 이유를 넘어서지 못하는 아주 시시한 이유를 대며 그 책들이 불온서적이며 그래서 반입을 금지시켰노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큰소리를 칠게 뻔하다.

'불온서적', '금서'에 대한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옛날에는 모든 이념과 사상의 전파가 책에 크게 의존했다는 걸 돌이켜 보면 위정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생각과 이념(또는 종교)에 대해 공포심까지 느꼈음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불온서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설공찬전'이다. 한글로 기록된 소설중 제일 오래된 이 소설은 (물론 최초의 한글 창작 소설은 홍길동전이지만 기록문자만 따져서 그렇다는 것) 설공찬전의 불온서적 취급을 받으며 금서가 된 표면적인 이유는 '귀신과 윤회를 다루니 내용이 요망하고 허황하다.'였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내용중에 왕과 사대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기에 금서로 지정한 것이었다. 홍길동전도 금서 취급을 받긴 했으나 전대미문의 역적 취급을 당했던 허균이 쓴 책임에도  판각본이 활발히 유통되어 금서 아닌 금서로 사람들에게 수 없이 읽히게 되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이나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이 지금은 명작으로 대우받는 작품들도 사회적인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주인공의 행동을 문제시 삼아 청소년들의 모방을 불러 일으킬수 있다는 이유를 대며 금서로 지정했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담긴 사회비판과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이 눈에 거슬린 것이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경우가 다르나 표현과 내용에 대한 비판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인간심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성 금서 논란을 일으켰던 건 성(性)에 대한 서적이었다. 성을 그렇게 대담하게 논한다는 건 불쾌하고도 두려운 진실이었다. 밖으로는 이러한 서적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거부하면서 한편으로 사람들은 이런 서적을 어둠속에서 탐닉했다.

다시 국방부 불온서적 이야기로 돌아오면, 말하나마나 금서인 도색잡지가 군부대에서 공공연히 돌아나닌다는 건 군대에 갔다온 사람이라면 모두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부대에서 도색잡지를 보다가 고위간부에게 들키는 것과 이념으로 인한 금서를 보다가 들키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가 있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은 그래서 더욱 어두워 보인다.

우리는 책에 대해서 금서의 시대를 살아왔다. 이념서적을 가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체포당할 수 있었고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이념의 문제는 전혀 아니었지만 그 표현과 주제로  인해 작가가 구속당하고 집행유예 징역형까지 선고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다. 군부대에서 이런 어둠의 잔재를 간직하고자 하는 건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주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매체의 다변화로 단지 책에 의해 사람의 이념과 생각이 바뀌는 일 또한 많이 줄어버린(물론 질적 측면과는 무관한 얘기다.)판국에 불온서적을 지적해 놓는다는 건 참 웃기는 일이다.

불온서적을 지정한 국방부와 같은 다소 경직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도처에 널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경우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개인이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각의 자유를 침해 받는 건 엄청난 폭거다.

덧글

  • Dante99 2009/02/24 17:42 #

    개인적으로 무려 조선일보가 추천한 책이었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왜 금서로 지정했는지 국방부의 대답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아이큐를 생각하면 재미난 대답이 나오기는 어렵겠지만요...;;)

    링크 신고드립니다.
  • 날거북이 2009/02/24 18:30 #

    예, ^^ 뻔한 답이 나오리라고 예상하지만 저도 살짝 궁금합니다.
  • 유치찬란 2009/04/06 01:41 #

    음 불온서적이라...
    저는 2군단에 있으면서 나쁜 사마리아인에 대놓고 검토필을 받은 뒤에 읽고 다녔더랬죠.ㅋㅋㅋ
    불온서적이 뭔지도 모르는 분들이죠. 군 도서관에는 전태일 평전이 있지를 않나;;
  • 날거북이 2009/04/06 08:20 #

    전 군검열시에는 문학서까지 땅에 묻었었는데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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