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 그 이면에 숨은 것들 잡설

드라마 애기는 아니지만 이왕 만화가 드라마로 나왔으니 써보는 포스팅, 이왕 누르신거라면 다른 해석이 있는 결론까지 보아주셨으면 한다.


- 이 만화를 단편적으로 봤을때

난 '공포의 외인구단' 원작 만화를 싫어하는 편이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극단적이고 삐뚤어져 있기 빼문이다. 야구 만화지만 까치-엄지-마동탁의 삼가관계 스토리는 야구의 탈을 쓴 막장극이라고나 할까. 이런 주 얘기말고 다른 부캐릭터들의 성격과 스토리가 적절히 효과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공포의 외인구단이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1. 오혜성은 왜 그리 엄지에게 집착하는가

원작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어머니 없이 자라난 오혜성이 친절한 엄지에게 모성과 사랑을 같이 느낀 것 처럼 묘사되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오혜성에게 관심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오혜성은 엄지에게 '난 내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엄지에 대한 열정과 집착은 야구로 승화된다.(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야구감각이라는 만화적 요소가 있지만) 그러나 이런 열정과 집착은 필연적으로 자기자신을 위험에 내던지는 결론을 가져오리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게다가 오혜성의 열정과 집착은 팀을 배신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렇게 '수컷'은 때로 자신의 행동이 번식이나 섹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정당화 시키면서 사실은 번식과 섹스를 위해 무모한 짓을 하기도 한다.

2. 엄지는 왜 오혜성을 '어장관리' 하는가

어장관리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뭉텅그려 말하자면 그런 셈이다. 마동탁과 결혼 후에도 엄지는 남편을 위해 오혜성을 결과적으로 이용하는 면모를 보이는데 만화에서는 이 일의 죄책감으로 엄지는 미쳐버리게 된다.

그런데 이 장면이 감동적이라고?!

엄지는 굉장히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캐릭터이다. 두 수컷을 저울질하다가 한 수컷을 밀어주기로 하고 다른 수컷을 함정에 빠트리는 간교한 책략을 쓰는 암컷이 순수하면서도 죄책감을 심하게 느낀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그래도 이를 억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엄지는 지속적인 자원은 마동탁에게 받으면서도 유전자는 오헤성에게 받고 싶어하느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뻐꾸기 둥지 전략을 오혜성으로부터 유도한다고나 할까?

3. 그럼 마동탁은?

뛰어난 수컷임을 자부하지만 알고보면 제일 불쌍한 캐릭터. 오혜성은 궁극의 승자가 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역학구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이렇게 뇌까린다.

-아니 까치 오혜성 네가 이겼어 다만 다른 기회를 생각 안하고 멍청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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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이 글을  본 이들은 마음에 안든다고 흉을 봐도 너무 이상하게 본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만화는 엄연히 인기를 끈 만화이고 이 만화를 본 이들이 막장은 더더욱 아니었다.

과연 왜 이리 멍청하고 무모한 주인공의 행동이 당시에 인기를 끈 것일까? 이는 1980년대 초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때는 누군가 무모하게 나서면 탄압받고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시기였다. 엄청난 재력에 권력까지 가지고 거만한 마동탁(정부, 재벌)을 빈곤한 서민, 또는 힘없는 서민(오혜성)이 버려진 동료들과 함께 악으로 깡으로 이겨가는 스토리에 동질감을 느꼈던 셈이다. 엄지는 어느정도 재산을 가진 중산층이나 지식인으로 대변된다. 이들은 권력에 대한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서민층의 반란을, 때로는 서민층의 희생을 바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서민층은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바라는게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손이 닿을 것 같은 중산층, 지식인을 동경하며 이들을 위해 뭐든지 할수 있다며 일을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고 중산층, 지식인은 이런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종국에는 서민층을 나몰라라 한다(외인구단의 마지막에 미쳐버려서 기억을 잃은 엄지)

그럼 이현세 작가가 과연 이런 구도로 썼는지 물어보고 쓰는 것이냐고?

그렇게 안썼더라도 당시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측면이 있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