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후족은 과연 고구려의 후손일까? 실체를 추적하라

언젠가부터 중국 운남성과 태국 북부에 사는 소수민족인 라후족이 고구려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떡밥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근거가 제시되었다. 과연 그 근거는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이후 라후족 참고자료는 네이버 지식인)

1. 라후족의 언어는 중국이나 태국말처럼 주어 동사 목적어 순이 아니고 우리말처럼 주어 목적어 동사 순이다. 심지어는 나, 너 같은 말도 같다.
 : 이런 식으로 따지면 겹치는 언어는 라후족의 언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은 접어두더라도 특이 단어가 우리말과 비슷한 경우는 숱하다. 어순의 동일함이야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다.

2. 외모도 태국보다는 우리네와 더 비슷했다.
: 한중일 3국인이 비슷해 보이는 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3. 집안의 아궁이를 쓰는 것도 우리네와 닮았다.
: 아궁이가 한국만의 가옥 양식은 아니다.

4. 명절 때 색동옷을 입는 것
: 이걸 근거로 삼는 사람들은 라후족 외에도 심지어 색동옷을 입는 몽골,만주,장족,묘족, 심지어는 기원전 3만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왓을거라고 추정되는 아메리칸 인디언까지 우리와 같은 핏줄이라고 말한다. 아예 '옷을 입고 있다'는 것으로 모든 민족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남는 천 조각을 이어서 옷을 만드는게 그렇게 민족특징을 구분지을 일인가?

5. 태국 사람들은 별로 좋아 하지 않는 끈기있는 찰벼를 산간에서 재배하는 것.
: 이건 운남성에서 미얀마로 다시 태국으로 흩어진 라후족들의 식습관이 이어진 것 뿐이다.

6. 된장이나 김치를 담가먹는 것까지 우리를 닮았다.
: 콩과 야채를 발효시켜 먹는 음식은 세계 도처에 있다.

7. 고구려 사람들이 그랬듯이 남자가 처가살이를 하고, 결혼 때 닭을 옆에 두고 식을 올린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은 것도 우연으로 돌릴 수만 없는 고구려 옛 풍습 그대로다.
: 인류학적으로 이는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풍속이다. 특히 형사취수제는 고대에 아주 보편적인 풍습이기도 했다.

8. 라후족·아카족 등이 개고기를 먹는다.
: 서구에서도 20세기초까지 개고기를 먹었다. 개고기 전문 식육점이 따로 있었을 정도

9. 라후족도 아기를 낳으면 문밖에 인줄을 쳐 일정기간 외부 사람들이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한다고 했다.라후족의 인줄은 지푸라기를사용해 왼새끼를 꼰 후 새끼줄 사이사이에 창호지·숯·빨간고추(사내아이의 경우)·푸성귀를 꽂아 놓는다.그런데 탐사팀을 놀라게 한것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인줄에 푸성귀를 꽂았다고 하는데 라후족은 지금도 푸성귀를 꽂는다는 사실이었다.
: 아기가 태어났을때 외부인의 접근을 꺼리는 풍습은 많다. 우리와의 유사성은 이런 풍습의 연장선상에서 비슷해 보인느 것 뿐이다.

10. 라후족의 명절이나 제사에서 찾을수 있는 유사성
라후족의 설은 우리나라 처럼 1년중 가장 큰 명절로 떨어져있던 가족과 만나고 이웃 부락과의 교류를 통해 한해동안의 풍년과 평온을기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특정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농사에 적절한 시점에 따라 부락마다 해마다 약간의 차이를보인다. 하지만 명절을 보내는 일반적인 모습에는 많은 유사성이 보인다.
'까끄뵈'라는 라후족의 새해 첫날 아침에는 세심하게 만든 색동옷을 입으며, 마을한가운데 제사음식을 올려두고 발을 엇갈리면서주변을 도는 것은 땅을 밟아 땅의 신을 자극하여 한해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는 단체 의식을 치르는 데 이것은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전하는 고대 마한의 제천의식을 연상시키는 지신밟기와 비슷하다.
: 이런 풍습은 아프리카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역사적 탐구와도 거리가 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한국인과 미국 앵글로 색슨계를 같은 족속으로 묶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일단의 소수민족을 두고 우리와의 공통점을 찾아냈다며 과거의 역사를 언급하는 것일까?

참고기사 - 미디어오늘 2004년 1월 19일


결국 역사적 실체가 불분명한 라후족을 아예 '고구려 유민'으로 못박고 탐사를 시작하여 공통점을 엮어낸 것이 그 시작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위대했던 과거 역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여 이를 지금 라후족의 모습에 투영시킨 것이 이런 억측을 자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정말 고구려의 후손이라면 최.소.한 그들에게서 구전되어오는 설화 한가지 정도는 비슷하게 맞아 떨어져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관련자료를 보면 라후족은  고구려의 유민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동떨어진 설화만 얘기할 뿐이다. 결국 라후족은 한국판 아틀란티스 이야기나 다름없다.


덧글

  • 飛流 2009/10/13 18:00 #

    예전에 결련택견협회에서 조사할때 이곳의 족장이던(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짜보? 라는 이름의 사람이 부모님에게 배웠다는 무술이라는 것이 택견과 흡사했다고 택견지에 나온 적이 있더랬죠^^ 그냥 라후족이라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 날거북이 2009/10/13 20:23 #

    아~ 그것도 아마~ 그렇겠죠? ^^
  • 들꽃향기 2009/10/13 18:34 #

    형사취수제로 고구려의 유풍 운운하면 구약의 유태인들도 고구려의 후예가 되지요 =_=
  • 날거북이 2009/10/13 20:24 #

    그리고 고구려가 전 세계를 장악한 걸로 바뀌겠지요. ^^;
  • 아야소피아 2009/10/13 19:15 #

    어쩜 저렇게 단순하게들 사고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날거북이 2009/10/13 20:25 #

    단순한 떡밥이 낚시에는 좋은가봐요.
  • 셰이크 2009/10/13 22:36 #

    가만 생각해 보면 고구려인들이 찰벼를 '즐길'만큼 흔한 음식이 아니었는데요. 고구려 지역의 주식이라면 조 수수 이런게 아닐런지...
    지금이야 남아도는게 쌀이니 고구려인들이 쌀을 주식으로 먹었네 하는 소리를 하는것이죠.
  • 날거북이 2009/10/13 22:43 #

    옳은 지적입니다. 라후족을 둘러싸고 하는 엉터리 해석은 현대적인 관점이 많죠.
  • 돈키호테 2009/10/14 12:05 #

    라후족의 언어가 주어 다음에 목적어가 나오고 술어가 가장 마지막인데, 문제는 라후족 바로 옆 동네의 버마 언어도 같은 순이라네요.
    과연 수천리 떨어진 한국어와 바로 옆의 버마어 중에서 뭐가 더 라후족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지 모르겠어요.

    아궁이는 다른 태국의 소수 민족들 사이에서도 볼 수 있고. 태국인들도 다만 나라가 덥다 보니까 아궁이를 밖에 두는 경우가 많을 뿐이죠.

    또한 많은 태국인들이 흔히 안남미라 불리는 길쭉한 쌀을 좋아하긴 하지만, 태국 북부와 동북부 지역은 찰벼를 먹습니다.
    사실 저 지역이 태국에 속하게 된건 겨우 몇 세기 전의 일이고 그 전엔 라오스와 함께 독립정권을 유지하고 있었죠.
  • 날거북이 2009/10/14 14:03 #

    맞습니다. 거기에 원래 라후족은 미얀마족에 더 많이 거주했었는데 현 위치로 많이 옮겨 온 것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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