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전에 쓴 글 - 모니터는 종이를 이길 수 없다. 책책책

 한때 어떤 미래학자는 컴퓨터기술의 발전으로 종이의 사용이 줄어들것이라고 예견한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측은 틀렸고 오히려 종이의 사용은 늘고만 있다. 그럼에도 종이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기록도구인 책의 위기는 컴퓨터기술에 의해 야기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미국의 인기작가 톰 클랜시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사이트에 소설을 올리고 '약간의 맛'을 보여준 다음 더 이상의 전개를 보고싶을 경우 돈을 내야하는 전략을 처음으로 시도한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몇몇 중견작가들이 사이버상의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은 결국 '책'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아예 온라인 상에만 연재되었던 글이 인기가 높아지자 엮어져서 책으로 나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직까지도 종이책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아니면 CD롬 책이 일반화되지 못해서일까.

 단지 모니터상의 글읽기를 할 때 문학만이 얘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종이편지를 넘어서고 있는 E메일, 게시판에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글들도 모니터상의 글읽기다. 눈이 나빠진다는 이유에서나 답답하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모니터상의 글읽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걸 접어두더라도 모니터상의 글읽기는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다.

 모니터상의 글읽기는 읽는 도구의 퇴화와도 같다. 최초의 책들은 서양의 양피지와 동양의 대나무책인 죽간처럼 두루마리 형태였다. 모니터로 글을 보는 것은 마치 두루마리를 펼쳐보는 것과 같다. 물론 진짜 두루마리에 비교하면 운반과 보관의 편이성은 얘기할바가 아니다. 그러나 읽는 공간의 협소성과 두루마리를 보고 바로 접어버리는 것과 같은 시각적 일시성은 진짜 두루마리보다도 못하며 모니터로읽는 행위에 경박감도 들게 한다.

 이로 인해 이런 글읽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독서의 즐거움인 텍스트분석이라는 측면조차 망실해버린다. 왜 이 사람이 이런 글을 썼냐는 것보단 대충의 내용만 훑어보고도 찬반이라는 흑백논리에 걸려들거나 알 수 없는 글이란 판단을 내린다. 마치 미각을 일부 상실한 환자와도 같다. 텍스트를 잘 보지 않고 자신의 판단으로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직접 반응이 가능한 게시판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진다. 글쓴이와의 상호접응이나 감정이입보다는 순간의 반응과 감정에 좌우되는 글 읽기가 모니터로 글읽기다.

 모니터상의 글읽기는 불안정하다. 특히 담고 있는 내용이 소중할때는 더욱더 그렇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글도 언제 기술적 이상으로 파기될지 모른다. 단순한 글이라면 그러지 않겠지만 대게의 사람들은 책으로 가지길 원하거나 문서로 출력을 해둔다.

 심지어 온라인 신문과 오프라인 신문의 관계조차 그렇다. 많은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져 있긴 하지만 온라인 신문은 기사들의 전체적인  면모와 구성을 한눈에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나의 기사를 그 신문의 논조로 보기보다는 기자라는 개인이 쓴 하나의 두루마리로 이해해 버리곤 한다.

 최근의 기술은 모니터상의 소설을 읽어주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이것 역시 글읽기의 퇴보일뿐이다. 컴퓨터가 무미건조하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어머니가 감정을 넣어 읽어주는 동화책보다 못하다. 글을 직접 접하는 감정상의 통로를 컴퓨터가 방해하는 꼴밖엔 안된다.

 혹자는 이런 모니터상의 글읽기야말로 상호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해주는 미래형 독서가 아니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이는 독서후 토론이라는 옛날의 관습을 잊은데서 나온 말일 뿐이다. 온라인상에서의 텍스트분석은 일방적인 자기주장일때가 많으며 얼굴을 대면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커뮤니케이션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이를 보완해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종이, 책으로서의 글읽기가 가을의 정취와 더불어 모두의 지식, 감정세계를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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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거친 부분과 극단적 판단도 있는 글이다.

당시 이 글에 반박해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지모씨라는 양반이 결론을 따져보아 결국 개소리라고 반박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반대 의견은 좋지만 말이 좀 심하지 않느냐는 말에 '개떡 같은 글 쓰고는 뭐라고?' 이런 답글을 받았다. 솔직히 비판은 받아도 쌍욕 들어먹을 글은 아니고 전자책이 나온 오늘날까지도 시의성이 완전히 떨어진다고 볼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