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라는 관점으로 본 '명량' 임진왜란이야기+역사이야기





'명량'을 본 후 큰 재미와 감동을 느꼈거나 또는 기대보다 못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명량을 극적인 구성, 연기자들의 연기, 각종 잘못된 고증을 논하며 다루는 글들도 많이 보인다.

여기서는 '명량'을 '전쟁영화'로서는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로 다뤄보려 한다.


1. 역사적 사실에 앞선 극적 재미


'명량'은 큰 맥락에서는 역사적인 사실을 다루고 있지만 몇몇 큰 부분에서는 사실과는 다르게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을 무시했지만 그럭저럭 이해해 줄만한 장면을 소개해 본다.


1) 역사적 사실인 경상 우수사 배설의 도주를 단순한 도주로 그리지 않고 이순신 장군 암살미수 및 건조중인 거북선 방화범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배로 도주중 안위의 화살에 맞고 쓰러지기까지 한다.

역사적으로 배설은 높은 관직에 있으면서도 적을 앞에 두고  도망갔다는 점에서 역사왜곡에도 불구하고 이런 취급이 부당하다고까지 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따지자면 배설은 그저 도망가려고만 했을 뿐이다. 오히려 영화 '명량'에서는 배설에게 아주 후한 악역 이미지를 덧씌웠다고 볼 수 있다.


2) 왜장 구루시마 미치후사가  이순신의 배로 도선 후 활에 맞고 이순신의 칼에 목이 잘려 죽는다.

역사적 사실은 이와 다르다. 구루시마가 탄 배는 선봉 지휘관이긴 했지만 앞에 나서지는 않았다. 일본 수군의 대장선은 뒤로 위치해 있었지만 울돌목의 바른 물살에 떠밀려 앞으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 구루시마의 대장선은 전투 중반 이순신이 탄 대장선의 집중사격을 당해 격파당한다. 구루시마는 이때 이미 사망한 채 물에 떠나닌 것으로 보이며 구루시마의 얼굴을 바라본 항왜 준사가 이를 알려 그의 목은 대장선에 내걸리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쉽게 격파된 왜장을 강한 이미지로 묘사하여 이순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장치 같다.


2. 차라리 역사적 사실을 지켰다면 극적 재미가 훨씬 더 있었을 장면들

1) 역사적 사실로는 명량해전이 끝난 후 이순신이 탄 대장선에서는 사망2, 부상3이 나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광장히 많은 조선군이 죽고 다친다. 감독은 긴박한 해전장면을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이렇게 적은 사상자를 기록하면서도 왜군을 격파한 것은 이순신 장군의 담대함과 이를 믿고 따른 배안의 조선수군들로 인한 것이다. 영화 초반에 잠시 묘사되었지만 일사분란하게 포와 화전을 날리는 병사들의 모습을 기록 그대로 그렸더라면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더욱 전율이 이는 장면이 나왔을 것이다.

2) 대장선에서 백병전은 없었다. 극적 긴박감을 위해 대장선에서 왜군과의 백병전을 넣은 모양인데 극단적으로 말해 전쟁영화로서의 '명량'은 극중 이순신 장군이 '백병전을 준비한다.'란 말에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만다.

 판옥선에서 조선군의 구성은 대다수의 포수와 사수(사부라고도 했다.)로 이루어져 있다. 백병전을 위한 병사도 있었는데 이는 방어가 아니라 오히려 적선으로 도선하기 위한 병력이었다. 게다가 대다수의 경우 해전에서 조선군은 왜군의 도선을 허용하지 않고 쳐부수었지만 적이 근접했을 경우에는 그 이유는 판옥선보다 낮은 세키부네를 탄 왜군이 아래에서 위로 도선해오기 때문에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왜군을 내려 찍어 공격했다. 영화에서처럼 동등한 높이의 세키부네가 판옥선과 마주보고 왜군이 도선해 오지는 않은 것이다.

정말로 적의 도선을 허용했고 총대장까지 칼을 휘둘러 왜군과 맞붙어야 할 정도면 그 전투는 이미 패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엄밀하게 말해 난중일기 기록에 의거하면) 이순신의 대장선은 왜선에게 둘러싸이면서도 왜군의 도선을 허용하지 않고 이를 쳐부수었다. 오히려 뒤늦게 합류한 안위의 배는 도선을 허용하여 노를 젓던 격군 5~6명이 물에 뛰어든다. 이에 이순신의 대장선은 배를 돌려 안위를 둘러싼 왜선을 향해 화포를 퍼부어 격파한다. 영화가 역사적 기록대로 진행되었더라도 전쟁영화로서 가치도 올라가고 극적재미도 있었을텐데 왜 굳이 바꾸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대목이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이 탄 대장선의 분투는 영화에서처럼 배가 침몰직전까지 가는 처절한 상황이 아니라 적의 도선을 막아야만 하는 처절한 공성전이었다. 이를 적절히 묘사만 했더라도 전쟁영화로서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을 것이며 이 영화를 논하는 비평적 목소리 또한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3) 왜군 비장의 무기 자폭선(......)

이 부분은 수많은 비판이 있었기에 설명을 생략한다. 그리고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영화가 전쟁영화로서의 가치를 잃고 신파로 흘러간 부분이기도 하다.


...


사족 : 급류속으로 들어가는 대장선을 피난민들이 탄 조각배들이 갈고리를 걸어 구하는 장면에 대해

이는 역사적 상황을 모르고 본 관객들조차 '말이 안된다'며 비판을 한 장면이기도 하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굳이 이런 장면을 담아 극적재미를 담겠다면 차라리 당시 제일 후면에 위치해 통제사 영감님이 난중일기에서 엄청난 까임을 선사한 김억추의 배가 철쇄(!!!)를 던져 대장선을 구했다고 한다면 실제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이라도 줬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4) 그냥 후퇴한 왜군 총사령관?!

 영화에서는 왜군 수군 총사령관  도도 다카무라가 그냥 후퇴하지만 실제로는 그도 부상을 입은 채 낭패를 당하고 심지어 조선수군의 최후를 지켜보고 오라는 히데요시의 명을 받고 최후방에 위치해 있던 군감 모리 다카마사까지 물에 빠진후 겨우 목숨을 구하는 추태를 보인다. 이런데 영화에서는 이러한 얘기가 쏙 빠진 채 왜군이 그저 후퇴한 것으로만 나와 있다.



종합


'명량'에서 전쟁영화적 재미를 찾으려는 시도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아니 그래도 전쟁씬'초반부는 전쟁영화다운 정면이 연출되긴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가지 못한 채 '명량'은 '불멸의 이순신' 영화판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만다.

이 영화가 '한산대첩' 과 '노량해전'을 다루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면 이 점을 명확히 해야한다.


인간 이순신을 다룰 것인가

아니면 영웅 이순신을 다룰 것인가

아니면 역사적 사실을 생생히 보여줄 것인가




덧글

  • 국사무쌍 2014/08/04 23:46 #

    김억추 아이디어 좋네요! 그렇게 나왔으면 정말 배터지게 웃었을거 같습니다
  • 날거북이 2014/08/05 07:55 #

    하하 감사합니다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