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뎡아傳 (신정아전) 공작소

이름있는 학벌이란, 좋은 인맥을 달리 일컫는 말이다.

청송군에 신씨라는 처자가 살았다. 이 처자는 그림과 말하기를 좋아하여 매양 절의 주지가 새로 부임하면 으레 몸소 그 절을 찾아와서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이 처자는 집이 가난하여 해마다 고을의 은행돈을 빌어다 먹은 것이 쌓여서 억만냥이 넘었다.

세무소 감사가 순시하다가 청송에 들러 신씨의 장부를 열람하고 크게 노여워 하여

"어떤 년이 이처럼 감당못할 빚을 내었단 말이냐?"

하고, 곧 명해서 신씨의 재산을 압류하게 했다. 주지는 신씨가  가난해서 갚을 힘이 없는 것을 딱하게 여기고 飛愛武多佛油(비애무다불유 : BMW)를 내렸다. 신씨의 자태를 본 도승지 변씨가 안타까워하며 접근했다.

"여보게 신씨, 당신은 한평생 그림 정리만 부질없이 좋아했네 그려. 그대가 예일대 동문이라면 내가 도와  줄 수 있겠건만."

 이 소문을 듣자 곧 신씨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학력'이란 아무리 가난해도 그 위치는 늘 높고도 영광스럽건만 내가 생각하기에 난 남부럽지 않는 실력자지만  명문대생만 보면 저절로 기가 푸욱 죽어서 굽실거리며 엉금엉금 기어 가서 뜰 밑에서 절하고 코가 땅에 닿도록 질질 끌며 무릎으로 기다시피하네. 이제 저 양반이 마침 예일대 동문을 밝히니 이 기회에 내 그것을 위조하여 가지는 게 어떨까."    

하고 신씨는 곧 도승지의 집을 찾아서 운우지정을 나누고 예일대 생이라 칭하였다. 이에 도승지는 크게 기뻐하여 서슴지 않고 신씨의 청을 모두 들어주었다. 이에 신씨는 줄곧 광랜 전자연서를 도승지에게 바쳤고 도승지도 이에 화답했다.

사람들은 신씨가 빚이 있는데도 돈을 펑펑 쓰는 것을 놀랍게 생각했다. 도승지가 몸소 찾아가서 신씨를 위로하니 신씨는 亞利麻尼(아리마니 : 아르마니), 倍路社體(배로사체 : 베르사체), 幣羅價募(폐라가모 : 페라가모)로 전신을 휘감고 構禮伊多(구례이다 : 큐레이터)라 칭하며 왠만한 이들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고 있었다.

허나, 학력위조가 들통이 나자 신씨는 숨었고 도승지는 탄식하며 말했다.

"신씨여 된장이로구나 신씨여! 정녕 된장녀이로구나 신씨여! 학력으로 접근했으니 지적으로 보였으며, 남자의 외로움을 도와 주니 요염한 일이오, 비천한 것을 싫어하고 존귀한 것을 사모하니 지능로운 일이다. 이야말로 진짜 된장녀이로구나 그러나 사사로운 일이 엮이면 언론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 내가 너와 약속을 해서 전자연서를 지우고 서방으로 도피를 해야 할 것인즉 난 임금에게 알려 이를 무마할 것이다."

이에 신씨는 서방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萬廈嘆(만하탄 : 맨하탄)으로 간다는 말을 남긴채 종적이 묘연하더라.



핑백

  • 꿈꾸는 자유주의자의 낙원 : 2007년 내 이글루 결산 2007-12-31 08:24:18 #

    ... 최근 쓰고 있는 소설내이글루에서 이오공감2.0에 추천된 글 신문선씨 왜 이러나. (추천 1)훈민정음 해례본의 공공연한 비밀 (추천 22)신뎡아傳 (신정아전) (추천 105)내 태그 TOP 5 (7월부터 집계, 괄호 안은 해당 태그를 가장 많이 작성한 이글루)임진왜란 (꿈꾸는 자유주의자의 낙원)이 ... more

덧글

  • 산왕 2007/09/11 17:24 #

    이걸 유쾌하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orz..
  • 比良坂初音 2007/09/11 18:11 #

    ......허억....엄청 감동했습니다...T-T
  • Wolfwood 2007/09/11 18:27 #

    ...이건 뭐랄까... 저도 저기 산왕님과 같은심정입니다.. OTZ
  • lolita1987 2007/09/11 18:29 #

    아아 이 동감가는 이야기...뭐랄까 재밌기도 하고 해학있기도 하고 ..[밸리에서 왔습니다]
  • 날거북이 2007/09/11 18:41 #

    헉...... 이글루스 홈까지 왔었네요. 추천과 리플 감사합니다. 이 글은 양반전을 토대로 구성한 패러디입니다. ^^
  • manic 2007/09/11 18:49 #

    이오공감타고 왔는데... 진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난감하네요. 입안이 씁쓸해집니다.
  • greenmovie 2007/09/11 18:51 #

    그 어떤 뉴스보다도 이 사건을 잘 표현한 예술작품이랄까요...
  • Overflow 2007/09/11 19:00 #

    공감타고왔다가 무척 감동해버렸습니다 orz
  • KN821004 2007/09/11 19:57 #

    예술입니다~
  • 남극탐험 2007/09/11 19:59 #

    이오공감타고 왔습니다...^^;
    정말 예전에 린다김 사건이 떠올라서 참...씁쓸하네요. 대체 그 높은데 올라가면 구름아래 낭떠러지가 안보이는 것인지...차암....
  • vanessa99 2007/09/11 21:51 #

    판소리로 만들어도 될듯..
    그런데...잘 생각해보면..세기의 로맨스네요..
    비록 그 시작과 끝이 구리다 못해 썩어문들어졌건만..
    엔딩은 변씨와 신씨가 예일대 캠퍼스에서 만나기?
    신씨는 그 떄도 예일대에서 된장 행세를 하고 있더라 하면서..
  • xerophyte 2007/09/11 22:19 #

    트랙백이 안되서 출처 밝히고 퍼갈께요.!! 꾸벅.
  • 해빛☆ 2007/09/12 00:45 #

    ........짝짝짝, 공감타고 왔습니다 ㅠ
    감동눈물씁쓸....하군요 ㅠ
  • 스칼렛 2007/09/12 00:53 #

    덕분에 애꿎은 동국대만 지금 폭탄맞아서 아주 작살이 났습니다. 총장이 우리 단과대에 해준 게 뭐 있다고... 쯧.
  • 책벌레 2007/09/12 01:12 #

    정말 재미있는 글을 써주셨습니다. 대구성서아카데미(www.dabia.net)의 게시판에 옮겨갑니다.
  • 재연양 2007/09/12 05:20 #

    와우.. 대단하세요!
  • 킹제임스 2007/09/12 08:56 #

    대단합니다. 일목요연하고도 재미나게 정리를 해주시는군요
  • Lupin 2007/09/12 09:28 #

    현 사태를 제대로 풍자했군요^^)b
  • 세인크 2007/09/12 10:09 #

    최곤데요 ^^)b
  • 라엘 2007/09/12 10:50 #

    브라보!!!!!!!!!!!!!!!
  • Anakin 2007/09/12 11:08 #

    이런거 좋아합니다!!
  • 猫眼 2007/09/12 11:17 #

    이것도 한 몇년있음 교과서에 나올 듯; 예전에도 고전소설 패러디한 글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는지라;; 뭐, 좀 막으려나;;
  • 쭈영 2007/09/12 13:57 #

    정말 대단하시단 말밖에요....^^
  • 수현 2007/09/12 14:29 #

    대사건을 이렇게 훌륭하게 풍자하시다니^^; 이해하기 쉽고 좋네요.
  • boya 2007/09/12 22:26 #

    ...예술로 승화를 시켜버리셨네요 ;ㅂ; 이런게 바로 고전문학 갖는 풍자성이로군요!
  • 에린 2007/09/13 05:17 #

    너무 재밌어요! 링크 걸고갑니다~~
  • 날거북이 2007/09/13 08:21 #

    // 모두 댓글 감사합니다. 이 글의 링크는 당연히 허용합니다.
  • laboriel 2007/09/13 18:30 #

    이오공감이 이렇게 재밌는글이 있는곳인 줄 몰랐습니다!!!
  • 마리오네뜨 2007/09/17 04:42 #

    이오공감 타고 왔어요. 정말 최곱니다!
  • 날거북이 2007/09/17 08:26 #

    감사합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